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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인 생각과 스트레스가 만들어내는 몸의 변화와 우리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

우리의 일상생활 중에 자기도 모르게 부정적 생각에 빠질 때가 있다. 어쩌다 잠깐씩 그럴 때는 별일 없겠지만 문제가 반복적으로, 혹은 무겁게 그런 상황에 놓일 때이다. 스트레스도 가볍게 느낄 경우 생활에 활력소가 될 수 있지만, 만성적 스트레스는 사정이 다르다. 계속되는 부정적 생각과 스트레스는 우리 몸을 망치는 주범이다.

지난 1996년 [심신의학 Psychosomatic Medicione]지에 실린, 천식 환자를 대상으로 한 플라시보 실험 논문이 흥미를 끈다. 이 논문에 따르면 40명의 천식환자에게 흡입기를 갖다 대고 흡입을 권하면서, 그 장비 안에 기관지 수축을 일으키는 알레르기 물질이 있다고 귀뜸했다. 실제는 단순히 수증기만 내뿜는 장비인데, 플라시보 실험을 위해 사실과 다르게 말한 것이다. 그 결과 실험 대상 가운데 31명(77.3%)이 기관지 수축을 경험했고, 그 중 12명(30%)는 심각한 천식 발작을 일으켰다고 한다. 예상외의 결과였다.

실험 대상자들이 아무 생각없이 수증기만 흡입했더라면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부정적 생각이 문제를 야기한 것이다. 다시 말해 ‘내가 천식 환자인데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흡입했으니 이제 큰일 났다’ 고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런 부정적인 생각이 중추신경을 통해 몸에 영향을 미쳐 그런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1984년 [뉴잉글랜드 의학저널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게재된, 심근경색에 관한 연구도 관심을 모은다. 심근경색으로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깨어난 2,320명의 남성을 면접한 결과, 평소 외로움 등 정서적 불안성 상태에 많이 놓였던 환자가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발병 위험률이 4배 높았다고 한다. 1979년 [미국 역학저널 American Journal of Epidemology]에 실린 연구논문도 눈길을 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근교와 핀란드 동부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것인데, 사회적으로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심장병 등으로 사망할 확률이 2~3배 높게 나타났다.

심장(心臟)은 한자어에서도 나타나듯이 마음의 영향을 잘 받는 장기다. 외로움 등 감정적 불안과 억압이 심장에 직접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심장병 명의이면서 빌 클린턴 대통령 자문의를 지낸 오니쉬 박사는 그의 명저 [딘 오니쉬 박사의 심장질환 반전 프로그램 Dr. Dean Ornish`s Program for Reversing Heart Disease]에서 ‘심장병이란 처음에는 마음에서 시작했다가 오랫동안 마음의 작용이 잘못돼 결국 육체의 병으로 드러나는 것’이라고 결론 내리기도 했다.

부정적 마음이 신체에 미치는 부정적 결과에 관한 연구는 이외에도 부지기수로 많다. 듀크 의과대학의 블레이저 박사팀이 65세 이상 노인 331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경제 수준, 건강 상태, 흡연 등 다른 요인을 함께 고려하더라도 사회적 인정을 적게 받는 사람의 사망률이 4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위스콘신 의과대학 제임스 굿윈 박사팀의 연구 결과 결혼하지 않은 암 환자들은 치료가 순조롭게 진행된 경우에도 생존 기간이 결혼한 암 환자에 비해 짧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근심 걱정과 정서적 불안감은 즉각적으로 떨치는 게 좋다. 계속해서 쌓이다 보면 풍선처럼 부풀어 병을 키우고 만다. 사람들은 근심 걱정을 원해서 하는 이가 있겠느냐고 반문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건강을 위해 잠깐씩이라도 마음에서 근심 걱정을 멀리해야 한다. 독자들은 그 방법론을 이 책을 읽어 나가는 과정에서 터득하게 될 것이다.

만성 스트레스도 질병의 위험을 높인다. 부정적 생각도 스트레스의 일종이지만, 여기서는 만성 스트레스에 대해 그 의학적 기전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신경이 뇌와 심장을 연결해 심장이 더 강하고 빠르게 박동하게 한다. 또 뇌가 부신 등의 내분비선을 자극해 각종 스트레스 관련 호르몬이 분비되도록 한다. 즉 갑작스런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아드레날린과 노르아드레날린, 그리고 만성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아드레나린과 노르아드레날린, 그리고 만성 스트레스에서는 코르티솔의 분비가 촉진된다. 그로 인해 우리 몸에서는 ‘싸우거나 도망치는’ 복합적 메커니즘이 작동된다. 즉 심장이 펌프질하는 혈액량이 늘어나고, 호흡이 빨라지며, 반대로 소화기 계통의 활동은 멈춘다. 또 근육이 움츠러들고, 팔다리의 동맥이 수축돼 출혈 시 지혈과 혈액의 응고를 돕는다. 이 같은 반응 기제는 위험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오랜 세월에 걸친 진화의 산물이라고 한다.

이처럼 급성 스트레스에서는 몸이 자동으로 방어 기능을 잘 수행하지만, 만성 스트레스로 넘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스트레스 후 안정을 되찾지 못한 상태에서 다시 연속해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드레날린과 노르아드레날린이 과다 분비돼 불안감과 불쾌감이 생기고, 관상동맥이 수축되며 혈액 응고가 늘어난다. 또 과다한 코르티솔 분비와 그 밖의 스테로이드 호르몬 분비로 동맥의 급격한 폐색이 초래될 수 있다. 이로 인해 혈압과 콜레스테롤이 높아지고 협심증, 심근경색 등의 위험에 노출되며 급기야 심장마비로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아발라 시바이 박사 연구에 따르면, 14년간 전쟁 스트레스에 시달린 베이루트 사람들은 그런 스트레스에 노출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관상동맥 폐색 환자가 유난히 많았다고 한다. 코넬대학의 피터 슈널 박사 연구에 의하면, 심한 심리적 압박을 느끼고 있는 노동자들의 고혈압 확률이 그렇지 않은 노동자들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인디애나폴리스에서 개최된 자동차 경주대회에 참가한 500여 명 선수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경기 전에 비해 경기 후에 콜레트테롤이 더 높아진 사실도 밝혀졌다.

만성적 스트레스가 오랫동안 육체를 짓누르면 암과 기타 각종 자가 면역질환의 포로가 되기도 쉽다. 만성 스트레스는 에스트로겐 분비를 줄여 각종 부인병을 촉진하기도 한다.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들은 적은 사람들에 비해 몸 안에 들어온 에이즈 바이러스(HIV)증식 속도가 10~100배 빠르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만성 스트레스는 소화기 계통에도 쉽게 영향을 미친다. 의과대학에서는 학생 실습을 위해 실험용 토끼를 거꾸로 매달아 주둥이를 물에 빠뜨려 본다. 그런 상태로 밤 내내 내버려 두면 토끼는 숨을 쉬려고 발버둥 쳐 주둥이를 물그릇에서 들어 올린다. 아침에 지쳐 축 늘어진 토끼를 내려 해부해 보면 위장에 구멍이 뻥 뚫려 있다. 발버둥 치며 고통스러워하는 동안 위에 염증이 생겼다가 궤양으로 발전하고, 그것이 다시 위 천공을 일으킨 것이다. 중증 스트레스의 공격은 이처럼 무섭다. 사람들에게도 동일한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한스 셀리는 스트레스 이론으로 명성이 높았던 캐나다 학자다. 그는 우리 몸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위기 반응을 일으키고, 이것이 장기화하면 저항 반응으로, 그리고 마침내 조직 파괴(질병)로 연결되는 기전을 밝혀내 1949년 노벨의학상을 받았다.

필자도 젊었을 때 농축된 스트레스로 위-십이지장 궤양을 앓은 적이 있다. 직장 일은 잘 안 풀리고, 승진 시험에 시달리고, 가정적으로 불행을 겪는 등 인생에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쓰라린 위장을 부여잡고 살다가 지쳐 인근 종합병원을 찾았다. 내과 전문의는 사진을 촬영해 판독한 후 궤양 치료약이라며 두 달 치를 처방해 주었다. 꾸준히 먹으면 나을 것이란 말과 함께. 그런데 그 약을 다 먹어도 증세는 완화되지 않았다. 다시 촬영한 위와 십이지장 필름을 들여다보던 이사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이상하네. 그 정도 약을 먹었으면 많이 호전됐어야 하는데…….”

중증 스트레스로 인한 체력 저하와 그로 인해 침범한 질병에는 백약이 무효다. 마음에서 생겨난 병이므로 마음으로 일으켜 만든 약과 수술 도구라야 제대로 된 효과를 불러온다.

필자도 주의집중과 명상을 통해 마음을 바꿔 먹은 다음에야 위-십이지장궤양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 후에도 여러 가지 심신상과 질병을 앓았으며, 이들을 마음으로 다스려 평안한 심신을 유지할 수 있었다. 병원의 물리적, 화학적 처방만으로는 질병 치료에 한계가 많음을 절감했고 내가 상담한 환자들로부터도 같은 느낌을 반복해서 받았다.

부정적 생각과 만성 스트레스로부터 출발한 질병은 마음을 바꿔 먹지 않고는 해결할 길이 없다. 일부 전문가들 추정에 의하면 오늘날 병원을 찾는 이들의 70~80%가 심신증 환자라고도 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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