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문화/소설

히치하이킹 1

뮤직매니져 2021. 7. 20. 10:03

재훈이 뒤에서 숨을 헐떡이고 있다. 등에 짊어지고 있는 큰 배낭.

대학생 사촌형에게 빌린 제대로 된 캠핑용 배낭이다.

높다랗게 쌓아올린 배낭 크기에 짖눌려버릴듯한 모습으로 걸어가고 있다.

반바지 밑으로 나온 무릎엔 마치 사포에 쓸린듯한 상처자국이 나 있다.

산길을 걷다 굴러서 생긴 모양이지만, 아직도 아플 것 같이 아물지 않은 상태다.

멋 부리느라 앞창이 없는 싸이클 선수용 모자를 쓰고 있는 탓에 얼굴이 새빨갛게 그을려 있다.

거기다 온몸이 땀에 쩔어 울상을 짓고 있다.

대규는 잠시 서서 재훈을 기다리며 지도를 확인하고 있었다.

지도 보는 법이 틀리지 않다면, 여기서 조금만 더가면 차가 다니는 도로가 나올거야.

걸어서 동해쪽 해변을 시작부터 끝까지 걷겠다는 계획은 빠르게 변경되어, 히치하이킹을 해보기로 한 것이다.

“계획 이틀만에 이꼴이라니…”

어리석고 한심하다는 생각이 대규의 마음을 집어삼켰다.

“아버지에겐 비밀로 하자. 안그럼 또 미주알 고주알 잔소리 할게 뻔해!”

“아직이야? 대규!”

재훈이 겨우 따라 잡아왔다.

“조금만 더 가면 바로 앞이야”

“조금만 더 가면, 조금만 더 가면… 적당히 해라!” 말꼬리 잡는 재훈이 대규를 째려보며 말했다.

“아… 자동차다!”

“응?”

“자동차 소리가 났어!” 재훈의 작은 눈이 두배로 커졌다.

“됐다아…. 도로다. 도로”

“봐라! 내가 말한대로잖아” 대규도 안심하고, 이마에 맺힌 땀을 어깨로 훔쳤다. 도로가 난 길은 지도대로였다. 지도 보는 방법이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어제는 왜 길을 잃어버렸던 걸까? 하천골짜기 길을 오르다가 도중에 그 길이 끊어져, 터덜터덜 다시 되돌아가는 꼴이 되어버렸다.

거기서 멘탈이 털려서 심리적으로 불안해져 버린 것이다.

“어이 대규, 빨리 와!”

재훈의 발걸음에 탄력이 생겨,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나가고 있었다.

상큼한 새끼.

3분정도 걸으니 도로측에 다다랐다. 하지만, 중앙선도 없는 좁은 도로다.

자동차는 전철처럼 5분간격정도로 틈틈히 지나칠 뿐이다. 남쪽으로 향하는 차가 올때마다 손을 들어 신호를 보냈지만, 모두 눈앞을 바람처럼 스쳐지나갈 뿐이다.

재훈은 몸상태가 안좋다며 나무밑의 작은 그늘에 가방을 내려놓고 웅크려 버렸다. 일사병일지도 모를일이다.

“괜찮아?! 재훈.”

걱정되서 다가가려 하자, 손을 내저으며, “괜찮으니까, 빨리 차나 잡아! 트럭이든 덤프든 상관없으니까.”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했다.

일곱번째 지나가던 차가 드디어 멈춰주었다.

럭키세븐인가?! 생각하며 대규는 쫄래쫄래 차로 접근했다.

힌색 스포츠세단의 2인승이었다.

착 소리를 내며 내려간 조수석 창문에서 냉기가 떠다니듯 나와, 대규는 자신도 모르게 목을 그쪽으로 처박을 듯이 내밀었다.

“죄송합니다. 여기 근처 절의 호수쪽으로 나가고 싶은데요, 태워주실 수 있을까요?” 최대한 공손하게 물어봤다.

조수석에 선글라스를 한 여자가 있고, 짧은 스커트로 채 가리지 못한 늘씬한 허벅지가 대규의 눈에 꽉차게 들어왔다.

그 여자의 옆에서 남자가 핸들에 한쪽 팔을 걸치고 대규를 자세히 훑어 보고 있었다.

“고등학생이야?” 라고 물어왔다. 까무잡잡하고 의외로 착한 얼굴을 한 남자였다.

“중2입니다.” 자신도 모르게 여자의 허벅지로 가는 눈을, 대규는 빠르게 깜빡거리며 숨기듯 남자에게 애교섞인 웃음을 지었다.

“절에 있는 호수면.. 어느쪽이지?!” 남자는 이 근방의 지리는 잘 모르는 듯했다.

“이 길을 따라 계속 가면 나올거라고 생각되는데요, 부디 도중까지라도 괜찮습니다만..”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싫어, 난!”

여자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작은 목소리지만, 대규의 귀에도 잘 들렸다.

대규는 살짝 약이올라. 흥 그럼 됐어요, 라는 분위기로 애교섞인 웃음을 지웠다.

하지만 “좋아, 타!” 남자가 턱을 치켜 올려보여서, 다시 급하게 웃는얼굴로 되돌아왔다.

여자는 살짝 입술을 삐쭉이며, 선글라스 안쪽에서 대규를 올려다 보았다. 그러고선 천천히 남자쪽을 처다보며, “뭐야! 맘대로해” 라며 삐친듯이 말했다.

대규는 한쪽손의 엄지손가락으로 등 뒤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한 사람이 더 있는데요.. 괜찮을까요?” 불안 불안하게 물어봤다.

남자는 미간을 찌푸리며 대규의 뒤를 바라보았다.

“한 사람 뿐인거지?”

“넵!” 끄덕이며, 급하게 재훈에게 오라고 손짓했다.

반응형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