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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를 고르는 기준
악기를 고르는데 가장 중요한 건 첫째도 소리, 둘째도 소리다. 이게 정말 중요한 이야기인데, 연주자 입장에서의 좋은 악기는 빠른 반응성이나 소리의 질도 중요하지만, 그 소리가 충분히 뻗어나가고 어느 음역대에 무관하게 밸런싱이 좋아야 진정한 좋은 악기이다. 음량, 음색, 저음과 고음의 소리, 밸런스, 소리가 트여 있는 정도(모던 악기에 해당), 울프가 없는지 등을 고려해 ‘소리가 마음에 드는 악기’를 고르면 되겠다. 이게 참 주관적인 거라 글로 쓰기는 어렵다. 악기를 구입할 때는 되도록 직접 연주를 해 보아야 한다. 또한 제작이 모듈화된 악기가 아니다 보니, 가령 모든 게 똑같이 나부가 주어졌다 해도 제작자의 스타일이 가미되어 제각각 다른 바이올린이 만들어지게 된다. 같은 제작자라도 쌍둥이 악기를 만들리라는 보장이 없다. 심지어 저가 공장제 악기도 저마다 다른 소리를 낸다. 따라서 아래 이어질 본격적인 ‘악기 구입’항목에서는 합리적인 가경에 악기를 구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게 최선이다. 활의 경우 객관적인 정보(가령 활대를 가까이에서 찍은 사진, 무게, 벨런스포인트)만으로도 대략적인 퀄리티를 예상할 수 있는데 바이올린 몸통은 그게 진짜 불가능하다.


그래도 몇 가지 객관적인 판단 기준을 적어보면, 나무의 질과 바이올린 형태를 들 수 있다. 나무의 성질에 따라 찰현시 음이 나무에 튕겨져 나가는 과정에서 소리가 울리는 정도가 달라진다. 가문비나무는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 기슭 군락지의 나무를 최고로 삼고, 단풍나무는 유럽의 발탄반도에서 자란 나무가 대접받는 편이다. 스프러스는 결이 촘촘하고 가지런할수록 좋은 걸 쳐 준다. 메이플은 플레임 메이플(flame maple)과 버드아이 메이플(birdseye maple)이 있는데 대부분의 고가 악기들은 플레임 메이플로 제작한다. 플레임 메이플은 악기의 무늬가 화려할수록 좋은 대접을 받지만 중국산 메이플은 무늬가 화려하더라도 그리 좋은 대접은 받지 못한다. 어느 곳이든 나무에 옹이가 있는 경우 가치가 떨어진다.


바이올린 형태는, 보통 악기 뒷판이 불룩하면 울림이 좋고 납작하면 직진성이 좋다고 한다. 그 두개를 적절하게 모두 갖춘 악기가 좋은 악기다. 명기로 알려진 올드 악기들의 디자인이 지금까지도 카피되고 있으며(라벨에는 제작자의 이름과 카피한 모델을 함께 적는다) 제작자들이 자신의 모델을 정립하여 만들기도 한다. 바니시의 경우, 좋은 악기는 오일 바니시로 처리하는게 보통. 참고로, 바이올린 구입 및 부품 교체, 수리에서 느껴지는 불편함은 제작의 모듈화가 이루어져 있지 않은 데에서 비롯한다. 바이올린은 크기의 비율이나 몇 가지 재질 정도를 제외하면 16세기의 그 물건에서 별로 달라진 게 없는 악기다. 특히 제작방식에 있어서 더 그러하다. 연습용 악기는 중국이나 동남아 등지의 공장에서 저렴하게 생산되는 좋은 물건들이 많지만, 문제는 그 공장이라는게 단순히 저임금 노동자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일 뿐이라는거, 기계의 공정만으로 완성되는 경우는 없고, 사람의 손이 늘 필요하다. 악기 제작 경험이 없다면 악기를 열어본다든가 사운드포스트, 브릿지를 스스로 교체하는 건 꿈도 꿀 수 없다. 국산 메이커의 입문용 최하급 악기는 자칫 잘못하면 악기 가격과 맞먹거나, 혹은 훨씬 넘어서는 수리비가 나오기도 한다. 중국이나 동남아 등지의 공장 노동자들과는 달리 동네 악기점의 장인들은 일반인들이 흔히 상상하는 그런 바이올린의 이미지에 걸맞는 몸값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높은 가격
다른 현악기들도 그러하지만, 바이올린은 특히 악기 가격에 상한이 없어 세상에서 가장 비싼 나무 공예품이다. 천만 원을 색소폰에 투자하면 명기 마크 6를 살수 있고, 일렉기타에 투자하면 레스폴 모델 중 가장 최고로 꼽히는 깁슨 59` 스탠다드는 물론이고 PRS와 존 써, 펜더 등 하이엔드 업체에서 최고가 커스텀을 맞출 수 있는 가격이다. 그 정도 가격이라면 신상 야마하 그랜드 피아노도 얼마든지 구매할 수 있고 심지어 비싸다는 오보에나 바순도 2천만원 정도면 베를린 필 수석이 쓰는 악기를 살 수 있다.
공장생산으로 표준화된 피아노를 생각해 보면, 삼익악기나 HDC영창 업라이트 피아노는 400만원 정도, 야마하나 카와이 등 일제 업라이트는 500~600만원, 피아니스트나 연주자들이 사서 평생 사용하는 그랜드 피아노는 야마하 기준 1000만원대(엔트리급 베이비그랜드)에서 수천만원(조금 더 큰 사이즈나 좋은 질의 악기), 유수의 콘서트홀에서 쓰는 스타인웨이 등의 최상급 콘서트용 악기라도 2억을 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천만 원을 바이올린에 투자하면 그냥 저렴한 전공준비하는 중고등학생용 악기밖에 못 사는 정도이며, 보통 이 정도 가격으로 입시를 치르거나 더 비싼 악기를 렌탈해 입시를 본 후 대학 진학하고 더 비싼 악기로 교체를 고려한다. 목관은 소리를 유지하려면 자주 교체해야하고, 고쳐가며 쓴다 쳐도 수리 비용이 어마어마할 것 같지만, 바이올린 전공생들의 악기 가격은 급상승하여 지방음대도 1억대 악기가 속출하는 실정이라 비교가 되지 않는다.

대학을 졸업한 프로 연주자들은 본인이 구매하든 스폰서의 도움을 받든 기본적으로 수천만원에서 1억 정도 되는 악기를 사용하며, 교수들이나 유명 관현악단 단원은 수억, 유명 솔로 연주자들은 수십억대의 바이올린도 사용한다고 한다. 진지하게 취미로 배워보고 싶지만 악기를 사는데 들어가는 돈이 아깝다면 주변을 물색해서 이제 막 악기를 바꾸려는 전공자를 찾아보자, 주로 이제 막 대학에 입학하며 악기를 바꾸려 하는 전공자가 많으므로 잘 부탁하면 싼 값에 살 수 도 있다, 하지만 바이올린은 중간에 때려치우는 사람이 정말 많다. 난이도가 어려운 편의 악기인데다가 진지하게 배우려면 드럽게 재미없는 기본기만 주구장창 해야 하기 때문에, 괜히 비싼거 사서 중간에 그만두면 그대로 창고행. 악기를 새로 구입하거나 바꿀 때는 꼭 두 번 세 번 열 번 백 번 고심해야 한다.

바이올린 등의 목제 현악기의 가격이 비싼 이유는 그만큼 제작 난이도가 높은 탓도 있지만, 여기서 한몫하는 것이 크레모나와 같은 악기의 원산지에서 장인이 만든 악기가 한국의 어떤 악기사로 오는 그 중간 과정에서 값이 2~3배 정도로 불어나기 때문이다. 한국은 국내 장인의 새 악기는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반면 외국의 유명 장인은 주문이 밀려 있어서 현지의 다른 악기사에서 구매한다든가 하는 경로로 구해야 하는데 그 거래되는 과정에서 원가에 몇번씩 +a를 하여 한국까지 온다. 일본의 경우 새 악기는 크레모나제를 선호해서 한국보다도 더 악기값이 높다. 크레모나 현지에 가서 장인한테 직접 악기를 사면 비교적 저렴하게 이태리 악기를 켜 보고 구매할 수 있다. 올드 악기는 경매에서 몇십만 원 정도에 구매해서 수천만 원에 판매되는 것이 다반사이다. 구입 단락에서 자세히 서술하겠지만, 새 악기는 제작자에게 직접 사는게, 모던 및 올드 악기는 경매에서 구하는게 가장 싸게 좋은 악기를 구하는 방법이다.

라벨과 감정서
보통 악기의 왼쪽 f홀에는 악기의 라벨이 붙어 있다. 제작한 장소, 연도, 제작자의 이름, 카피 모델등의 정보가 적혀 있다. 대규모 소리를 거친 경우 수리 기록이 붙어 있기도 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라벨은 참고만 하는 것이 좋다. 이와 별도로 감정서(certificate of authenticity)라는 게 있는데 악기 감정인이 발행하는 증서이다. 증서 발급 이용으로 원화 10만원 이상, 혹은 악기 가경의 4~5%를 지불해야 한다. 만약 악기가 1억원으로 감정된 경우 4~500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감정서에는 악기 각 파트의 진품 여부, 수리 여부, 악기의 연혁 등 상당히 많은 정보가 쓰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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